2016년 6월 6일 월요일

서구인의 눈으로 [조지프 콘래드]~

서구인의 눈으로 [조지프 콘래드][노스트로모] [비밀요원]과 더불어 러시아 사회 현상에 대한 콘래드의 정치적 관념이 잘 담겨 있는 정치 소설이다. 제정 러시아의 전제정치 상황에 맞서는 혁명주의자들의 틈바구니에 끼여 양심의 가책, 개인의 욕망 사이에서 정신적 고뇌에 시달리다가 결국 파멸하는 주인공 라주모프의 이야기다. 사회의 이념에 좌절되는 라주모프의 욕망과 그에 따른 주인공 개인의 심리 변화가 사건의 진행에 따라 흥미롭게 그려져 있다. 영국인 언어 교사가 그의 제삼자의 눈을 통해 사건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제정 말기의 러시아 사회가 앓는 이념의 갈등과 그의 대립 구도를 보여줌으로써, 독자에게 다름과 차이를 포용하는 사회의 진정한 의미와 본질을 일깨우게 한다.개인의 욕망 vs 사회의 욕망인간은 결핍의 존재인 동시에 욕망의 존재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결핍된 것을 채우려고 욕망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타자의 말과 시선에 관심을 가질 뿐 아니라사회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이처럼 우리가 타자의 욕망이나 사회의 욕망을 통해서 우리 자신의 욕망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사회의 욕망이 사회 구성원의 욕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욕망과 사회의 욕망이 충돌하는 경우에 전자는 후자에 의해 좌절될 가능성이 많다. 왜냐하면 사회의 배후에는 사회의 질서와 가치를 유지시켜 주는 권력과 담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개인에게 사회는 개인이 꿈이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장소인 동시에 좌절을 경험하는 장소로 인식될 수도 있다. [서구인의 눈으로]는 제정 말기 러시아 사회를 배경으로 하여 대학생 라주모프가 경험하는 이념적 갈등과 욕망의 좌절, 배신과 죄의식, 고백 및 구원을 보여 주는 일종의 심리소설이다. 이런 라주모프의 심리적 변화 또는 욕망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두 가지 요소는 가정과 사회다. 라주모프는 부모도 일가친척도 없는 고아다. 그에게 부모가 없다는 사실은 최대의 결핍이고, 그래서 그는 출세를 통해 자신의 결핍을 없애고자 한다. 하지만 그의 욕망은 러시아 사회를 지배하는 두 개의 적대적인 이념들에 의해서 좌절된다. 서구인의 눈[서구인의 눈으로]는 콘래드의 전성기에 쓰인 마지막 걸작으로서, 독재정치와 혁명에 대한 콘래드의 정치적 견해나 사상이 잘 드러나 있는 정치 소설이다. 작중 서술자인 영국인 언어 교사는 주인공 라주모프 못지않게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서구인의 눈’은 다름 아닌 서구의 시각을 대변하는 ‘언어 교사의 눈’이다. 그는 러시아의 정치 상황과 아무 관련이 없는 제삼자이기 때문에, 이해 당사자들이 서술자로 등장하는 경우에 비해서 좀 더 객관적으로 전제정치와 혁명주의자들에 대해 서술할 수 있으며 언어 교사의 이런 중립적인 서술 방식은 결국 소설에서 주제의 극적인 효과를 강조하는 데, 즉 전제정치와 혁명의 폭력성을 강조하는 데 기여한다. 또한 작중 서술자를 통해 상호 텍스트성을 이룬다. 즉 러시아인 라주모프의 수기와 그 수기에 대한 영국인 서술자의 해설, 그리고 등장하는 인물들이 말하거나 쓴 것에 대한 영국인 서술자의 해설의 서로 다른 세 텍스트들이 모여서 하나의 완결된 텍스트를 구성한다.사회의 본질에 대한 이해 제정 말기의 러시아 사회처럼 어떤 사회가 이념적 대립이나 갈등으로 인해 분열의 양상을 보일 때, 이념의 주체들이 대립되는 상대방을,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과 가치에 대한 장애물로 인식하고서 제거하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라주모프는 나탈리아라는 여자를 통해 이 사실을 깨닫고서 이념에서 자유로운 인간으로, 사랑과 신뢰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인간으로 거듭난다. 인간에게 그리고 인간이 모여 사는 사회에게 소중한 것은 차이를 배제하거나 제거하려는 이념 그 자체가 아니라 차이를 사회의 본질로서 받아들이고서 인간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감싸 안는 자세다.What is betrayal? They talk of a man betraying his country, his friends, his sweetheart. There must be a moral bond first. All a man can betray is his conscience. And how is my conscience engaged here; by what bond of common faith, of common conviction, am I obliged to let that fanatical idiot drag me down with him? 배신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조국을, 친구를, 연인을 배신하는 사람에 대해 말하지. 먼저 도덕적인 유대 관계가 있어야 해. 한 사람이 배신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양심뿐이야. 그런데 나의 양심이 이 점과 어떤 관련이 있지? 그와 나 사이에 어떤 공통적인 신념과 확신을 지닌 유대 관계가 있기에, 나는 저 미치광이 바보 천치가 자신과 더불어 나까지 끌어내리도록 놔둬야 하지?(/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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