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3일 월요일

히든 [헤더 구덴커프]~

히든 [헤더 구덴커프]뉴욕타임스, USA 투데이 베스트셀러 [침묵의 무게]의 저자헤더 구덴커프의 두 번째 가족소설-다시 한 번 부모의 책임과 의무를 일깨워 주는 화제의 소설-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그날 밤의 진실은 다섯 살의 소년이 갖고 있다. 만약 진실이 드러난다면 두 자매는 어떻게 될 것인가? 과연 그날 밤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두 자매는 왜, 누구 때문에 이토록 비극적인 결말로 치달아야 했을까?열여섯 살인 앨리슨은 상상할 수 없는 범죄행위로 린든폴드 교도소에 수감된다. 이후 5년 만에 모범수로 가석방되어 세상 밖으로 나온다. 하지만 그녀의 부모는 완벽 그 자체였던 첫딸의 존재를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어 하며, 친구들은 한때 골든걸이라 불려졌던 그녀의 몰락을 즐거워한다.동생 브린은 학교에서 살인마의 동생이라는 냉대와 멸시를 견뎌내야 했다. 부끄러움이 많고 조용한 성격의 그녀는 그날 밤 사건의 충격으로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린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언니를 잊고 과거의 악몽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앨리슨은 수감 기간 동안 한 번도 연락이 없어 소원해진 동생과의 관계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살인으로 얼룩진 그날 밤의 진실은 5살의 사내아이 조슈아가 갖고 있다. 만약 진실이 드러난다면 두 자매는 어떻게 될 것인가? 입양한 조슈아를 너무도 사랑하는 어머니 클레어, 조슈아를 지키려는 또 한 여인 차메인 그리고 이 모든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두 자매 앨리슨과 브린…. 두 자매는 왜, 누구 때문에 이토록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게 되었나? 이 책은 2009년 아동 성폭행과 가정에서의 자녀 학대를 다룬 데뷔소설로 화제가 됐던 [침묵의 무게]의 저자 헤더 구덴커프의 두 번째 작품이다. 열여섯 살 소녀가 살인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되어 5년을 복역 하던 중 모범수로 가석방되면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서서히 그날 밤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부모의 무관심이 어떻게 어린 두 자매에게 이토록 비극적인 결말을 안겨 주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출간되자마자 2011년 주목할 만한 기대작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 소설은 다시 한 번 자녀들에 대한 부모의 책임을 일깨워주고, 가족의 사랑이 얼마나 우리에게 소중한지를 깨닫게 해준다.이곳에 온 지 5년이 된 오늘, 크레이븐빌 교도소를 떠난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데븐의 어깨 뒤를 흘깃거려 본다. 역시나 예상대로다. 부모님이 오셨을 것이라고는 기대조차 하지 않지 않았던가. “앨리슨, 잘 있었어요?” 데븐이 다정하게 묻는다. “나갈 준비는 됐어요?”“그럼요.” 내 입에서 생각과 정반대의 대답이 튀어나온다. 이제부터 지금껏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과 낯선 곳에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 돈도 없고, 직장도 없고, 친구도 없고, 내 가족마저도 나를 저버렸지만 나는 괜찮다고 속으로 되뇌었다. 아니, 괜찮아져야 한다.데븐은 천천히 손을 내밀어 내 손을 꼭 잡고는 눈을 들여다본다. “다 잘될 거예요. 알겠죠?” 목에 뭐라도 걸린 것처럼 침을 삼키기가 어렵다.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곳 크레이븐빌에서의 10년 형을 선고받은 후 처음으로 울컥하고 눈물을 쏟을 것만 같은 심정이다.('앨리슨' 중에서/ pp.6~7)1년 전, 이곳으로부터 먼 어느 마을 옥수수 밭에서 죽은 아기가 발견되었다. 그 후 아이오와 주는 세이프헤븐이라 불리는 영아보호법을 통과시켰다. 이는 2주가 채 안 된 아기를 병원이나, 경찰서, 소방서에 가져다두면 영아유기죄를 적용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의사들은 조슈아가 대략 1달쯤 되었다고 판단하였으며, 그런 이유로 클레어는 잠시나마 경찰에서 아이의 친엄마를 찾아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 그런 두려움을 떨쳐버렸다. 그들의 집으로 데려갈 이 아기는 세이프헤븐에 남겨진 첫 번째 아기가 될 것이었다. 그들의 아기로 자라나게 될 것이라 확신했다.데이나가 조슈아를 클레어의 품에 안겨주었을 때, 클레어의 모든 과거의 상처는 순식간에 씻은 듯 나았다. 유산과 수술의 아픔도 모두 사라졌다. 고통과 슬픔도 저 건너편의 기억이 되었다. 이 아름답고 완벽한 사내 아기는 그들이 지금까지 기다려왔던 바로 그 아이였다.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들은 몇 가지 필요한 것들을 샀다. 기저귀와 젖병, 분유를 챙기고 아기 이름 책도 한 권 집어 들었다. 이제 마침내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줄 수 있게 된 것이다. 클레어는 아이의 이름을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고르고 싶었다. 자기가 낳은 아이는 아니지만, 이름을 직접 지어준다는 것은 그에게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클레어' 중에서/ pp.62~63)나는 열여덟이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열여덟이 되면 부모님에게 대학교를 자퇴하고 근처 동물병원에서 수의사를 돕는 일을 하겠다고 말씀드릴 계획이었다. 월급은 많지 않아도 먹고 살 정도는 되었다. 우리는 식당에서 내 생일파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그때 부엌 식탁에서 그 편지를 발견한 것이다. 부모님과 즐거운 저녁식사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기쁨이 사라져버렸다. 앨리슨 언니가 감옥에 간 지 2년이 지났고, 부모님도 언니 이야기는 거의 꺼내지도 않았지만, 늘 언니를 상기시키는 것들이 집안 곳곳에 있었다. 언니의 아름다운 얼굴이 박힌 사진들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식탁에 놓인 앨리슨 언니의 편지를 보고 나의 결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언니가 감옥에 갔건, 앞으로 8년 넘게 그곳에 갇혀있건 상관없었다. 언니는 항상 그 집에 있었다. ('브린' 중에서/ pp.164~165)“내 방을 보고 싶어요.”“앨리슨.” 아빠는 어색한 웃음소리를 내며 내 이름을 부른다. 나는 아빠를 무시하고 집안으로 들어가 둘러본다. 딱딱한 거실. 5년 전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똑같은 꽃무늬 벽지하며, 소파, 2인용 소파, 그랜드 피아노 등 똑같다. 냄새조차 똑같다. 장미꽃잎에 시나몬 향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뭔가가 다르다. 그게 뭔지 모르겠다. “앨리슨.” 아빠가 다시 내 이름을 부른다. 아까보다 차갑고 딱딱한 목소리로 “뭐하는 거냐?”라고 묻는다.나는 대답하지 않고 2층 계단을 성큼성큼 걸어 올라간다. 발아래 카펫은 부드럽고, 마호가니 난간은 매끄럽고도 시원하게 손바닥에 만져진다. 순간 알아냈다. 뭐가 달라졌는지. 사진이다. 내 사진이 모조리 사라지고 없다. 천천히 계속 계단을 타고 올라간다. 다리가 너무 무겁다. 심장은 가슴 속에서 요동을 친다.“앨리슨.” 아빠가 다시 뒤에서 나를 부른다. “너 이렇게 함부로 들어와서….” 그는 결국 말끝을 흐리고 만다. 계단 끝까지 올라가자 침실이 보인다. 이곳의 공기는 감옥에서 느꼈던 공기보다 더 탁탁하고 무겁게 나를 짓누르는 것만 같다. 내 방문은 닫혀 있다. 손잡이를 잡고 돌리자 찰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순간 나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약한 석양빛이 방 안을 은은하게 비췄지만, 이 당혹감과 충격을 완화시켜주기에는 역부족이다. 엷은 보랏빛 벽이 하얗게 변해 버렸다. 땡땡이 무늬 이불도 보이지 않고, 내가 공부하던 책상도, 축구 트로피도, 푸른 리본 기장도, 배구팀들과 찍은 사진도, 벽장도, 인형들도… 모두 사라지고 없다. 나는 울컥 쏟아지려는 눈물을 삼킨 채 벽장으로 달려가 문을 활짝 연다. 텅 비었다. 옷도, 신발도, 내가 아끼던 물건들조차도 모두 사라졌다. 나와 관련된 모든 기억은 이 집에서 다 지워져버린 것이다.('앨리슨' 중에서/ pp.198~199)차메인은 12살 겨울에 엄마 리안이 집에 끌고 온 남자들의 수만큼 눈 위에 스노우 엔젤을 만들었었다. 물론 기억나는 수 만큼이지만. 그리고는 그 엔젤들 옆에 남자들의 이름 첫 글자를 적었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을 때는 그 사람에 대해 생각나는 것을 약자로 적었다. C.B는 카우보이 부츠(cowboy boots)를 신었다는 뜻이었다. 그녀가 6살 때 실제 그 남자의 얼굴은 보지 못하고 리안의 침실 바닥에 떨어져있던 부츠만 보았던 것이다. 눈 바닥에 누워 만든 수십 명의 스노우 엔젤들을 보면서, 그녀는 나름 만족감을 느꼈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엔젤의 가슴에 붉은 점을 찍지 못했다는 것. 상처받은 마음 말이다. 그들에게 상처를 준 사람은 오직 하나, 리안이었다. 결코 한 사람에 만족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남자를 갈구했던 엄마…. 분노가 식을 때까지 그렇게 걷고, 또 걷다가 다시 집으로 발길을 돌려 거스의 방문을 열고 들여다본다. 별 기척이 없다. 그녀는 살금살금 들어가 수년간 옷장에 숨겨두었던 신발상자 하나를 꺼내온다. 상자 안에는 아기에 대한 몇 가지 추억들이 담겨있다. 3주도 채 되지 않은 기간이었고, 그것도 한참 전의 일이다. 하지만 이따금 아기가 생각날 때면 침대에 앉아 상자 속 물건들을 만져본다. 하늘색 아기 양말 한 짝. 그 애의 발엔 너무도 커서 우스꽝스럽기까지 했었다. 두 발을 휘저어대면 양말이 미끄러지듯 벗겨졌고 아기의 발가락은 마치 아, 이제야 좀 편하다, 라고 말하는 듯했다. 어쨌든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애가 신었던 양말인 것이다.('차메인' 중에서/ pp.207~208)드루이드 강이 나타나기도 전에 세찬 물결 소리가 먼저 들려온다. 강은 마을 중앙을 통과하면서 남쪽으로 흘렀고, 우리 집 바로 뒷부분을 지나간다. 그리고는 굽이굽이 흘러 미시시피 강과 만나 그대로 사라져버린다. 평소의 드루이드 강은 보통 죽은 물고기 냄새와 모터보트 기름 냄새로 가득하지만, 오늘은 비가 내려 공기가 깨끗하고 신선하다. 나는 산책로의 끝에 서서 한참 아래에 흐르는 까만 강물을 바라본다. 드루이드는 마법사다. 내게도 마술을 부려줄 것이다.나는 갑자기 너무도, 너무도 두려워 앨리슨을 찾아 주위를 둘러본다. 내 언니가 필요해. 누군가가 내 팔을 만지며 묻는다. “괜찮아요?” “언니가 필요해요.” 나는 이렇게 말한 뒤 울기 시작한다. “그 애에게도 누나가 필요해요. 가서 그 애가 오고 있다고 알려줘야 해요.”“전화 걸어줄까요?” 낯선 목소리가 묻는다.“아뇨, 아뇨, 아뇨.” 내가 말한다. “제가 직접 말해야 해요.”두 발을 떼자 극심한 공포감이 몰려온다. 찬 물에 몸이 닿자마자 눈과 귀, 코, 입으로 물이 들어온다. 언니 이름을 부르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물거품만이 위로 떠오를 뿐이다. 허우적거림을 멈추자 그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너무도 완벽하고, 작은 아기, 내 기억 속에 있던 그녀의 모습과 똑같다.('브린'중에서/ pp.391~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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