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19일 목요일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 Blu 세트 [츠지 히토나리, 에쿠니 가오리]~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 Blu 세트 [츠지 히토나리, 에쿠니 가오리]하나의 사랑, 두 가지 느낌! 하나의 사랑을 두명의 남녀작가가 각각 담아낸 독특하고 아름다운 릴레이 러브스토리! 저녁나절이면 기우는 햇살을 받으며 습관적으로 욕조에 목욕물을 받는 여자가 있다. 한적한 시간이면 엷은 칵테일을 마시며 책을 읽는 여자. 아침, 앙티크 보석가게에서 첫 소님을 기다리며 창밖으로 오가는 낯익은 사람들을 무심히 바라보는 여자. 그 이름은 아오이.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목욕물은 따스하고, 어깨를 주물러 주는 애인 마빈의 손길은 듬직하고 푸근한데, 그녀의 목덜미로 서늘한 고독과 악몽의 그림자가 어린다. 온 젊은과 존재를 바쳐 사랑했던, 아니 지금도 사랑하고 있는 사람과의 봉인된 옛추억은 그녀를 어떤 가슴에서도 안식할 수 없는 어둠에 가두고 있다. 그 어두운 추억으로부터 해방되지 않는 한, 그녀는 그녀 자신일 수 없다. 그녀의 예쁘장하게 포장된 일상, 그러나 허망하고 위태롭고 껍질 같은. 마침내 그 위태로움에 균열이 생기고...... 10년 전, 그와이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짧은 여행을 떠난다. 또는 현재의 허위와 결별하려는 여행을. 그리하여 과거가 머물러 있는 고도 피렌체, 사랑하는 사람들의 두오모에서 거의 그녀 자신의 분신인 아가타 쥰세이와 재회의 기쁨을 누린다. 헤어짐의 이유였던 오해가 풀리고 사랑도 재확인하지만, 그녀 자신으로 돌아온 그녀는 사람의 있을 곳이란 오직 자기 가슴 뿐이라는 깨달음을 안고 새로운 내일을 예감하며 발길을 돌린다.아오이는 아무것도 안 해도 좋아, 라고 마빈은 늘 말한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왔을 때 식사 준비가 되어 있거나, 침실에서 윗도리를 멋을 때 뒤에서 받아들곤 하면 마빈이 아주 행복해 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심플하다. 나는 심플한 것을 좋아한다. 심플한 남자, 심플한 방법, 복잡한 것은 이제 싫다. '하루 종일 보고 싶어서 혼났어.' 옷을 완전히 벗고 브리프 차림이 된 마빈이 그렇게 말하며 나를 힘껏 껴안는다. 우리들의 식사는 간소하다. 마빈은 늘 체형 유지에 신경을 쓰고 있고, 먹는 게 고통스럽지 않을 정도로만 맛있고, 영양의 밸런스만 맞으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안젤라 누님한테서 편지가 왔어요. 거실에 놔 두었는데, 봤어요?' '아니.' 마빈은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포도주를 한 모금 마시고 말한다. '뭐래?' 안젤라가 귀국한 지 꼭 1년이 지났다. 1년 동안 세 통의 편지를 보내 주었다. 모두 안젤라답게 짧지만 마음이 담긴 내용이었다. 나는 애인의 누나가 마음에 든다. 그녀의 건강하면서도 불건전하고, 자상하면서도 제멋대로이고, 부지런하면서도 게으른 성격을 좋아한다. '왜 자기는 안 읽어요?' 마빈은 입을 삐쭉 비틀어보이고는, 오케이, 라고 말한다. 어느쪽이든 상광없다는 제스처. 둘이서 먹는 저녁밥은 언제나 조용하다. (회색 그림자/ p.134~135) 몹시 피곤했다. 마빈과는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알고 있어. 누구한테 전화를 걸고 있었는지, 그걸 묻는 거야.' 마빈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갈색 눈이 애조를 띠고 있었다. 마빈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동시에 아무래도 상관없을듯한 기분도 들었다. '잠이 안 와서, 도쿄에 있는 친구한테 전화를 걸었어요. 그 쪽은 지금 마침 점심 때니까.' '도쿄의 누구?' 마빈이 내 말을 믿고 있지 않음이 분명했다. 당연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도쿄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건 적이 없었으니, '친구한테 걸었다면서, 한마디맡 하고 끊었잖아.' 나는 자신의 눈썹이 치켜올라가는 것을 느겼다. '언제부터 거기 있는 거예요? 전화를 엿듣기라도 한 건가요?' 마빈은 자조적으로 씁쓸히 웃었다. '걱정할 거 없어 나는 어차피 일본 말을 모르니까.'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만둬요, 쓸데없는 짓이에요. 아무 일도 아니에요. 결국 아무하고도 얘기하지 않았으니까.' '어디 가려고?' 나가려는 나를, 마빈이 불러 세웠다. '목욕탕이요, 욕조에 물 받으려고요.' 덩치가 큰 마빈이 입구를 가로막자, 위압감이 느껴졌다. (욕조/ p.195~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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